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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푸딩 '
w. 시너

“아 ♡♡ 이하랑 어디 갔어.”

“또 왜 부르는데”

 

냉장고를 뒤적이던 이글이 신경질적으로 하랑의 이름을 부른다.

그에 귀찮다는 듯 어슬렁어슬렁 이글 앞에 걸어오는 하랑, 이글은 한쪽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을 들고 오더니 이내 하랑 앞에서 뒤집어 몇 안 되는 쓰레기들을 털어낸다. 종이 쪼가리며 영수증, 다 마신 콜라 페트병과 푸딩껍질, 쓰지 않아 첫 포장 그대로의 그거까지

 

“뭐야 이거 안 쓴 건데 왜 여기 쳐 박혀 있대?”

“이하랑 네가 내 푸딩 먹었지”

“뭐야 난 또 뭐라고 어 난데 왜?”

 

“…야 나 당분간 집 나간다.”

 

3형제로 자라오며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편인 이글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푸딩을 먹고, 뻔뻔한 태도로 무슨 문제냐는 듯 되묻는 하랑이 얄밉고 화가 치밀어 더 험한 말로 하랑에게 상처주기 전에 집을 나와 버렸다. 물론 그거나 이거나 잘한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한번 하랑에게 화가 나 아무 말이나 막 뱉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처받은 모습의 하랑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그만 집을 나와 버린 것이다.

 

“…형?”

“비켜, 연락 안 받을 거니까 하지 마”

“아니, 잠깐만 형”

 

뒤늦게 이글을 옷깃을 붙들며 말려보는 하랑, 그러나 이글은 단단히 화가 난 듯 자신을 말려보려는 하랑을 뒤로한 채 간단히 챙긴 옷가지 몇 개와 물건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서, 저희 집에 오셨다?”

“본가에 가기엔 하랑이랑 전혀 못 만나고…”

“이글, 아직도 애네요”

 

본가로 가기에는 형들과 마주하기도 무섭고, 하랑과의 접점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 바로 마틴의 집. 당분간 신세 좀 진다며 들이닥쳤지만 마틴은 그것이 영 내키지 않는 듯 푸딩 때문에 집을 나온 이글에게 핀잔을 둔다.

 

이글이 하랑을 떠나 마틴의 집에 신세지게 된 지 일주일, 집안에 틀어박혀 매일 하랑이 보고 싶다 입이 닳도록 중얼거리는 주제에 먼저 사과하고 만나러 갈 용기는 없는 이글을 데리고 기분전환이나 하자며 함께 장보러 인근의 대형마트를 찾았다.

 

“이글 오늘 저녁으로 카레… 하랑군?”

“…”

 

초콜릿 코너에서 하랑과 티엔, 마틴과 이글이 딱 마주쳤다.

정말이지 단 거 좋아하는 것까지 빼닮아 놓고는 매일 그렇게나 싸운단 말이지…

 

“저기…”

“마틴, 집에 가자”

 

하랑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벙 쪄있는 마틴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자리를 뜨는 이글, 그 모습에 하랑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이글은 봤을까.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있는 하랑의 모습에 티엔이 조용히 머리에 손을 얹었다.

 

“하랑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응”

 

다음날

 

“하랑군, 눈이 부었는데… 어제는 그게…”

“미안한데, 사부한테 가야해서”

“아…”

 

울기라도 한 모양인지 심하게 부은 눈가를 보고 하랑을 달래보려 했으나, 마틴과의 대화를 피하는 하랑의 모습에 괜스레 미움 받는 것 같아 우울해지는 마틴.

 

“이글, 하랑군 어제 일이 엄청 속상한가 봐요.”

“…?”

“엄청 울었던데요. 저까지 미움 받겠어요.”

 

하랑이 울었다는 이야기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는지 다음날 출근하는 마틴을 따라 그랑플람 재단을 방문했다. 마틴에게 볼일이 있는 듯 그의 옆에 붙어서 몰래 하랑을 지켜보았는데 마틴 옆을 지키는 이글을 한참 쳐다보며 뭔가 망설이는 듯 손을 쥐락펴락 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설움이 폭발한 아이마냥 모두의 앞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하니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 하랑과 이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티엔과 마틴, 그리고 브루스까지 하랑을 달래 오라며 내쫓기는 덕에 드디어 두 사람만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어린애일 뿐인데 말이지…

끅끅거리며 서럽게도 우는 하랑의 모습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던 이글은 이내 하랑을 꼭- 안아준다.

 

“내, 내 마음대로, 푸딩 안, 먹을게…”

“…”

“나보다 마, 마틴 형이 더, 좋아…?”

“…!?”

 

아무래도 하랑은 이글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모른 척 지나가고, 정작 마틴의 옆에서 예쁘게 웃어주고 다정하게 손잡고 근무하는 곳 까지 따라와서 마틴 옆에 붙어있으니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 마틴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괜히 또 다른 형태의 상처를 주게 되어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해 복잡해진 이글이었다. 그냥 갈 곳 없고 하랑과 너무 멀어지지 않기 위해 하랑의 주변인물, 그리고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마틴을 선택한 것인데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큰 오해가 생겨버렸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너 말고 누굴 좋아하겠냐.”

 

비록 누구처럼 다정한 문장은 아니지만 당황하면서도 낯간지러운 듯 붉어진 얼굴로 저런 말을 하고, 미안하다 사과하며 숨 막히도록 다시 안아주는 이글의 모습에 하랑은 괜히 자신이 더 부끄러워져 덩달아 붉어진 얼굴로 재차 확인했다.

 

“내가 싫은 게, 아니야…?”

“당근이지, 생일 케이크나 사러가자”

 

이글은 사실을 확인하려 드는 하랑의 눈꺼풀 위에 뽀뽀해주고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핥아주며 말했다.

 

“…?”

“오늘 21일이야 멍청아”

 

생일 케이크라니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이글이 눈을 마주하며 오늘 21일이라며 하랑을 멍청이 취급했지만, 하랑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생일은, 21일은 내일이라는 것을.

 

“멍청이”

' 1021-20 '
w. 시너

“미쳤수? 여기가 어디라고 따라 오냐고”

“하랑, 늦지 않았다. 돌아…”

 

적어도 그랑플람의 내부로 보이지는 않는 어두운 건물 안의 복도, 그것도 발 앞을 겨우 비출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백열전등 아래에서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 여성의 등장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가벼운 여성 구두의 굽 소리,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보니 허리까지 오는 흰 머리칼이 아름다운 여성이 문 옆에 기대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두 사람이 멋쩍게 자리에 서있자 여성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가와 티엔의 목에 수면마취제를 꽂았고, 그를 바라보고 있자 하랑이 다급하게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말을 꺼냈다.

 

“…약속했잖아”

“일이 이렇게 되면 곤란하지?”

 

며칠 전, 메트로폴리스에서 있던 공성전에서 티엔과 하랑이 함께 참전했던 날, 공성이 끝난 후 따로 돌아가게 된 하랑 앞에 이 여성, 바로 헬레나가 모습을 드러내며 하랑에게 공성 도중 흘린 티엔의 머리카락과 피를 보여주었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안타리우스. 아니 헬레나에게 협력하게 되었다.

 

조심한다고 몰래 행동 했는데 그녀를 따라가는 하랑의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인지 티엔이 안타리우스의 내부까지 하랑을 쫓아 들어와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 응?”

“…”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야, 사부만 밖으로…”

“보내줄 수는 없어. 단 목숨은 살려주지”

 

목숨만은 살려준다는 그녀의 말이 그렇게도 불안할 수 없었다. 보채듯 떠밀려 걷게 된 하랑은 곧 자신의 방이라는 곳을 안내받았는데 안쪽에서는 열리지 않는 문과 고정되어 있는 가구들 날카로운 물건은 보이지 않지만 방안에서는 자유를 보장받는 듯, 생필품과 화장실 등은 철저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특이한 것은 하랑의 방은 문을 열면 화장실을 제외한 방의 전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왼쪽 벽면이 흔한 콘크리트에 벽지를 붙인 벽이 아닌, 두꺼운 통유리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그리고 그 유리벽 너머 하랑의 방과 흡사한 구조의 방이 있었는데 침대 위에 눕혀져 있는 티엔을 보아 그녀가 불안해하는 하랑의 배려한 구조의 방으로 보인다.

 

“진짜… 내가 사부 때문에 무슨 짓이람…”

 

유리벽 너머 침대 위에 쓰러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티엔을 바라보며 하랑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항상 싸우기만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서로를 가장 생각하고 있었다.

 

톡톡-

 

유리벽을 두드리는 소리, 티엔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유리벽 가까이에 다가갔지만, 유리의 두께가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티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꽤나 상당한 두께인 모양이다. 서로 이 벽 너머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티엔은 한번 더 유리벽을 두드린 후 자신의 입을 가리킨 뒤 한 글자씩 입모양을 전달했다.

 

“미, 안, 하…”

“...”

“아, 아니 사부 왜 이래! 이럴 사람이 아닌데?!”

 

자신이 말한 문장을 따라 읽는 하랑의 입모양을 읽은 티엔이 미안하게 됐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뒤늦게 자신이 읽은 단어를 조합해 읽은 하랑은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들릴 리 없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숙인 티엔의 이목을 끌기 위해 유리벽을 두드린 후 망설이던 입을 열어 한 글자씩 입모양을 전하기 시작했다.

 

“난 괜찮고, 사부는 괜찮…”

 

사제관계 아니랄까 봐 서로를 걱정하는 것에 면역 없는 두 사람은 어쩌면 이런 것까지 닮았는지, 하랑이 전해준 단어를 모아 읽고서는 아까의 하랑처럼 새빨개져서는 괜히 딴 짓하는 게 두 사람은 모르지만 서로를 위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손 좀 쥐락펴락 해볼래.”

“저기, 이러다 피 뽑혀 죽을 거 같은데”

“참으렴, 금방 끝나니까”

 

주 3회 300㎖씩 평균에 비해 과한 채혈량을 용케도 버티는 하랑, 그러나 그 부작용은 날이 갈수록 눈에 띄었다. 특히 티엔의 눈에는 그 변화가 크게 다가왔다. 매일 방을 나간 뒤에는 무엇을 하는지 자신은 모르니까 더 답답했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하랑이 점점 말라 가고 있다는 것.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면 하랑은 그저 힘없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곳에 갇힌 지 약 3주가 흘렀고 하랑은 더 이상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안쓰럽다.

 

톡톡-

 

한동안 두드리지 않던 유리벽이 두드려지자 하랑은 지친 몸을 이끌어 유리벽 앞에 다가가 쪼그려 앉아 뭔가를 주섬주섬 정리하는 티엔을 바라보았다. 곧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한 글자씩 전하는 티엔.

 

“돌아가자 하랑…”

 

코끝이 찡- 하게 아려오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돌아가자니 이곳을?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나 돌아갈 수 있는 건지 불안한 가능성에 절망감이 다가왔다.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돌려 티엔의 눈길을 피하는 하랑.

 

그러자 곧 다시 유리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 번 티엔을 바라보자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천 조각에 붉은 글씨로 써 있는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티엔이 그저 갇혀있던 것은 아니다. 방에 대한 파악, 하랑의 문은 밖에서만 열리고 티엔 방의 문은 안과 밖 모두 열리지 않는다. 유일한 출입구는 바로 유리벽.

 

청소부가 주 2회 청소를 위해 하랑이 방을 떠난 뒤에 청소하러 들어오는데 하랑방의 청소가 끝나면 티엔방의 청소를 위해 유리벽 어딘가에 손을 올리면 지문을 통해 유리벽의 일부분이 열린다는 점이다. 청소하는 날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토요일? 그럼 내일인데…”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리운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 불가능하다고 이성은 말하지만 이내 하랑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티엔은 모를, 아니 몰라야만 하는 자신의 생각을 뒤로 숨긴 채 환하게 웃으며 티엔과 탈출하기를 약속한다.

 

‘사부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하랑이 방을 나가면 약 30분 후 청소부가 도착하고 하랑은 약 2시간이면 다시 방으로 돌아오기에 그 2시간 동안 청소부가 청소를 한다. 하랑 방의 청소를 마친 뒤 유리벽에 손을 얹어 문이 열릴 때…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시 문을 닫으려는 청소부의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시킨 뒤, 잠시 하랑의 물건이 남아있는지 방을 둘러보는 티엔. 아까 청소부가 화장실 문을 잠시 열었다가 조용히 닫는 모습이 기억나 화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조금 열었을 뿐인데 역하게 풍겨오는 피비린내에 문을 활짝 열자 자신을 맞이하는 피투성이인 화장실의 모습이 티엔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랑…”

 

청소가 끝나면 돌아가기 위해 열어둔 문을 통해 하랑의 방 밖으로 나와 복도에서 왼쪽으로 세 번째 코너에서 꺾어 직진, 하면 되는데 하랑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는데 분명 복도 끝 출입문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던 하랑이 없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이냐. 하랑.”

 

어째서, 어째서? 설마 나만을 내보내려 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정말 하랑에게 화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출입문 밖에 하랑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높은 확률로 하랑은 이 문 뒤에 있을 리가 없으며, 밖에서 열리지 않는 구조일 것이다. 진정되지 않는 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왔던 길을 조심스레 돌아가기 시작했다.

 

“…”

 

꺾었던 세 번째 코너를 다시 돌아 두 번째 코너를 지나려 하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하랑이다. 하랑의 목소리다. 틀림없는 하랑의 목소리다. 확신하는 순간 하랑의 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레 코너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랑의 모습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이지 않지만 아마 ‘그녀’도 있는 것이겠지. 하랑을 향해 다가가자 하랑은 머리를 긁듯 고개를 숙이더니 작게 입모양을 보였다.

 

「도망쳐」

 

그래 나만 보낼 생각이었구나. 네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겠다. 그 생각이었던 거지, 답지 않게 어른스럽게 굴다니 하랑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치밀었지만 그것은 둘째 치고 이곳을 벗어나는 게 먼저겠지.

 

“수준에 맞게 행동해”

 

코너 바로 돌아 하랑의 앞에 있을 헬레나를 향해 가볍게 기를 흘려 그녀의 기를 흩트려 넘어트린 후 하랑의 손목을 잡고 출입구를 향해 달렸다. 넘어진 헬레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뭐 지금 가진 양으로도 충분해… 아들 보고 싶어…”

 

“사, 사부 잠깐…”

“한마디만 더 하면 수련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출입문을 열자 녹슨 쇠가 마찰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춥지는 않은 선선한 바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간다. 안타리우스를 빠져나와 한참을 걸었을까?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두 사람 모두 마음이 놓였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부, 난 둘이 나온다는 게 불가능할 줄 알았어.”

“수련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하랑.”

“아니 그냥 고마운… 아씨…”

 

말끝을 흐리다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는 하랑.

지쳐 앉아있기를 몇 시간, 금세 하늘은 어두워졌고 하나둘 작은 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엔이 잊고 있었다는 듯 적막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랑”

“왜? 가자고? 나 아직 다리 아픈데”

 

“생일, 축하한다.”

 

 

-

 

 

10.21 하랑 생일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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